W.수리
 


처음에 그 꼬맹이를 봤을 때에는
정말이지 이제 마피아들도 갈 때까지 갔나? 싶은 의문이 먼저 들었다.
 
 

 
"모리 투자 신탁 회사. 투자를 해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초기 자금 확보하기 힘드시잖아요?"
 
 
 

능글맞게 웃으며 함부로 혀를 놀리는 그 남자보다 더 신경쓰였던 것은, 죽은 듯이 남자의 등뒤에 선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웬 녹색머리 꼬마애였다. 겨우 허벅지 언저리에나 올까, 싶을 정도로 작고 조그마한 꼬맹이. 이제 러시아 놈들이 추워서 머리가 돌았구나? 싶을 정도로 조그맣고 여려보이는 꼬맹이.
 
 
 

"아, 이쪽은 제 후계자입니다."
 
 

 
그 다음으로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문장을 들었을 때에는 드디어 저놈이 미쳤는가보다, 싶었다. 머리가 뒤지게 좋거나, 뭐 잠재성이 보였나보지. 결국 자신의 관심사 밖이었다. 토레소아, 독특한 이름을 내세운 그 수상쩍인 마피아 녀석은 임무열을 믿었다. 기이할 정도로 확신을 갖고 믿었다.
 
 

 
그들이 성공하리라고 믿는다 기름칠이 잘 된 혀를 부드럽게 놀리며 영감님의 마음을 녹이고, 경계를 누그러뜨리며 기어코 계약을 따내었다. 원하는만큼 토레소아의 자본은 지원해주겠다, 대가는 10년 뒤에 3할만 받아가겠다며 능구렁이를 백마리쯤은 삼킨 남자가 떠났을 때에도 오도화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흔하게 지나가고 숱하게 체결한 계약 중 고작해야 첫 번째, 영감님이라면 모를까 오도화에게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 밖에도 신경 쓸 것은 널리고 널렸다. 예를 들자면 뭐, 조직이라던가. 관서나 관동이라던가, 재일의 취급이라던가ㅡ 배신 같은. 흔한 야쿠자들과 힘으로 올라와 힘으로 꺾어 사람을 짓밟는 자들이 으레 하는 뻔한 고민 같은 것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약속했던 10년의 반을 슬슬 채워가던 때에 토레소아가 끝장이 나버렸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였다.
 
 
 
 

"그럼, 계약서는 파기해야하나."
 
 
 
 

중얼거리는 영감님의 말에 비로소 아, 하고 기억을 더듬어본 오도화는 이상하게도 그 수상쩍어보이던 남자보다 미동없이 서있던 녹색머리 꼬마가 떠올랐다. 그럼 그 꼬마애도 죽었으려나,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임무열이 의아한 낯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머쓱해져 괜히 뒷목을 긁적이고 있자니 임무열은 다소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뱉어주었다. 그 꼬맹이가 남자를 죽이고 토레소아를 해제시켰다는 이야기를.
 
 

 

 
"그 애송이가?"
 
"그래. 좀 의문이란 말이지... 가만히 있어도 제 눈앞으로 굴러들어왔을 보스 자리를 어째서 죽여서 가져갔을까.. 그리고 왜 해제시켰을까...."
 
 
 

 
 
보기보다는 또 여리지는 않겠다.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꼬맹이구나. 이번에도 감상은 몹시 짧았다. 다시 바쁘게 몰아치는 일상을 살아가며 약속한 10년이 되는 날, 꼬맹이는 다시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동없이 차가운 무표정을 짓고 있었던 그때가 아니라, 옅은 미소를 머금고 어쩐지 그 남자의 표정을 닮은 듯한 얼굴로. 임무열은 이미 파기한 계약서를 한부 들어올리며 제법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약속한 토레소아의 값을 받으러 왔는데."
 
 
 


 
라며 뻔뻔스럽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헛웃음을 삼키고 기어코 그 손을 잡는 순간, 자신보다 더 커진 키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나른한 눈동자가 닿는 순간 비로소 그제서야 흥미에서 멈출 마음임을 알아차렸다. 늦은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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