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MO


*해당 글은 커미션 글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란 무엇을 정의하는가.



한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자신만큼 오랫동안 고민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산파가 원숭이 귀와 꼬리를 달고 태어난 한나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아비가 자신의 힘으로 그것들을 숨겨주어 마침내 학교에 나갔을 때에도, 불을 다루게 해준다며 아비에 의해 화상을 입었던 순간에도 한나는 '정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야했었다.




키가 6M는 넘고, 머리에 두개의 뿔을 달고 태어나거나 손짓 한번으로 사람을 반으로 가르는 괴력을 지니고 태어나도, 온몸이 조각나도 살아나는 사람이 있는 괴이한 것들이 넘치는 세계에서도, 한나는 유독 이질적인 기운을 품고 있는 존재이곤 했다. 그 어느 누구도ㅡ 악마의 열매라는 것 없이 그리되지는 않았으니까. 능력자들의 괴이함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악마의 열매라는 자신보다 더 독특한 기운을 풍기는 것을 먹어버리고 난 후에 얻었다는 명분과 개연성을 가졌다는 뜻, 명분도 개연성도 없이 홀로 이질적인 기운 앞에 놓인 한나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사람다움과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오래된 고민이 결말에 도달한 순간, 아이러니하게 한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명백한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가 있거나 쓸모가 있는 사람은 그 기운이 생전 본적 없는 낯선 것이던 이질적이던 상관하지 않고 제 울타리 내부로 들이곤 했다. 하물며 이제는 그 괴이한 원숭이 귀와 꼬리도 감출 수 있었던 것을, 한나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달은 순간부터 멈추지 않고 불같이 책들을 뒤적거리며 의서들을 독파해나갔다.


셀 수 없는 지식이 쌓이고 귀중하기 짝이 없는 몇십번의 경험을 쌓고 나서 비로소 멈추어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어느새 한나는 어엿한 의사가 되어 플레반스의 유명한 명의라는 칭호를 얻고 난 후였다.



이제 더 이상 이 새하얗고 순박한 사람들의 쉼터에서 그 누구도 아프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플레반스에 새로운 의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의사자격증을 들고 자신을 향해 뛰어왔던 어린 청년의 모습을 한나는 머릿속에 똑똑히 박아놓았다.


이제는 자신이 유일한 수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계와 쓸모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졌던 마음이 달래진 것은 해안가에서 옅은 숨을 내뱉으며 죽어가던 어느 어린 해병을 구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연이었을 수도 있고, 으레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해적들이나 해군들이 맹신하곤 하는 운명이라는 것일수도 있었으나 그의 군복에 낭자하게 묻어 스며들었던 붉은 피와 비릿한 혈향을 맡은 순간 당연하다는 듯 한나는 해군으로 길을 틀었다. 시야가 아득하도록 푸르른 색에 진하게 묻어있는 붉은색이 지독하게 싫었을수도 있었다.



선함을 추구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그들의 생이 무의미하게 끊어져나가고 사소한 상처에 헐떡여 스러지기를 바라지 않아서 그리했을수도 있었다.



수십개의 떠오르는 이유들 중에서, 한나가 무엇을 골랐는지 그녀 스스로도 아직 정확하게는 몰랐다. 다만 한 사람의 쓸모는 고작 그걸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을 알았을 뿐. 자신이 살고 품어왔으며 꾸리고 있었던 세계를 스스로 부수고 나온 그녀를 위하여주듯 바다가 보여주는 풍경은 좁은 플레반스와 다르게 드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수평선이었다.



그 너머에 자신의 쓸모를 찾아내면 마침내 자신 또한 '정상'의 범주에 들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나는 초조함을 감추고 노랗게 반짝거리는 제 눈동자를 굴려 동공 가득 차오르는 푸름을 담아냈다.




"군의관... 신청이십니까? 당연히 군의관은 늘 수가 부족하니 환영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체력 훈련은 같이 받으셔야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쩌면 오만함이었을지도 몰랐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고 플레반스의 유일한 의사로써 노력해왔던 자신의 시간을 믿은 오만함. 자신의 노력이 어디에서든 통할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은 허망하게 상식 외의 존재들을 만나며 부서졌다.



말도 안되는 크기의 호랑이를 딱콩 한 번으로 제압해버리는 눈가에 흉터가 있는 사내나, 꾹 다문 입술로 정교하고 빈틈없는 작전들을 생각해내는 여자나,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묵직한 분위기를 흘리는 사내나 전부 한나의 예상 범위 안에 들어있던 존재들은 아니었기에, 한나는 자신이 알고 있던 '정상'의 범주를 키워나가야만 했다.




"헤엑.. 헥... 괴물드을...!!"




부루퉁하게 내민 입술로 투덜거리는 음성은 끊임이 없었으나 어쩌겠나, 자신이 세상을 부수고 뛰어나왔던 것을. 한나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한적은 없었다. 플레반스의 '정상'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세계의 정상이 궁금했다. 그 정점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마침내 정상의 영역에 기어이 고개를 들이밀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하면 그녀의 노력은 덧없이 끈질긴 것이라고 따질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몰래 뛰는 것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려가며 혀를 쭉 내밀고 헉헉거리는 것 또한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체력이 좀 부족한 대신 그들보다 더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보다 더 귀하고 값진 경험을 쌓았다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녀에게 그까짓 일은 결단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죽인 생보다 살린 생이 더 많은 그녀가 그들을 질투한다는 것은 있을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진정으로 부끄러웠던 것은.




"어, 야, 너 꼬리 나왔어."




섬세함이라고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여되어 태어난 제 동기 녀석의 말 하나뿐이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ㅡ, 그 말에 놀라 나자빠진 자신의 반응이 그녀에게는 치욕스러운 경험이었다. 하필이면 왜 계단에서 늘어져있었을까, 하필이면 그 근처를 지난 것이 왜 그들이어야 했을까, 수많은 의문보다 먼저 치솟은 것은 그들에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들켰다는 수치심과 뒤늦게 몰려오는 고통에 보상처럼 뒤따라온 분노였다.



헤벌쭉 웃으며 자신이 말해줘서 망정이었지 들킬 뻔하지 않았냐며 나불거리는 입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꽂아넣었던 순간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손쉽게 막아버렸던 가프의 손바닥 또한, 그녀에게는 꽤 부끄러운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냅다 쓰러진 채 아픈 꼬리뼈를 어루만지고 있을 적 가프가 얼떨떨해하는 표정으로 악마의 열매를 먹었냐 재촉하듯 물어온 질문 또한 그녀에겐 대답할 가치가 되지 않았다. 있는 힘껏 가프의 요란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을 적 그녀를 무관심에서 깨운 것은 현명하고도 나긋한, 츠루의 질문이었다.




"악마의 열매 복용 사실을 숨긴 거라면... 좋지 않을거야. 왜 숨겼느냐고 따지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 반동분자인지 사상검증을 하라고 할수도 있겠지.

자칫하면 불복종이란 무시할 수 없는 목줄을 조이면서. ...한나, 우리가 숨겨주기를 바라니?"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츠루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았는지는 둘째치고, 그녀가 내뱉는 문장들은 전부 합리적인 의심과 경계에 가까웠기에 한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원숭이 열매냐며 해맑게 자신의 성과 이름부터 밝히는 머저리는 당연히 깔끔하게 안중에도 없었지만. 그저 귀가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한나!! 왜 내 말은 무시하냐니까?! 혹시, 안 들리는거냐? 청력문제!? 아니면...!!"

"그만큼 무시했으면 말 걸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들어. 가프."




드디어 못 참겠다는 듯 퉁명스럽게 정답을 얘기한 센고쿠의 날카로운 눈매 속에서, 그는 홀로 나직하게 열매의 힘이 아닌 것 같다고 중얼거릴 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닿지 못한 아주 미약한 중얼거림이었을 뿐이었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스스로에게 분해 의무실까지 절뚝거리면서 간 것은, 어쩌면 츠루의 나직한 다들 입 닥치고 한나에 대한 건 얘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은은한 협박을 믿어서였을지도 몰랐다.



세계의 정상을 보고 싶다. 그 단순한 문장 앞에서 한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의 이정표라 답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언젠가는 그 정상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고, 당당하게 그 영역을 차지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를 않으며.



이는 자신이 어느 단체에 속해있건, 어느 사상을 지지하건 불변할 단 하나의 진리이자ㅡ, 그녀의 정상頂上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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